친구따라 면접갔다 22년만에 임원 승진···LG유플러스 고은정 상무 “상담사, 도전해볼 만한 일로 만들겠다” 2020.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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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정 LG유플러스 상무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승진 소식을 듣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직원들이 많았어요. 제 능력이 출중하다기보다 현장 일선에서 열심히 고객을 만나고 있는 상담 직원들의 노고를 본사가 인정해준 것이 아닌가 싶어요. 후배들이 꿈꿀 수 있도록 제가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 LG유플러스 임원인사에 신규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고은정 상무(47)는 통신업계 첫 상담사 출신 임원으로 주목받는 화제의 인물이다. IMF시절이었던 1998년 LG텔레콤(LG유플러스 전신) 부산고객센터 상담사 1기로 입사해 22년 만에 그룹 상무 자리에 오른 그에게는 ‘입지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노하우로 고객센터의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2900명 상담직원들을 이끌고 있는 고은정 상무를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에서 만났다. ■26세 최고령 ‘신입사원’, 22년차 ‘워킹맘’으로 상무 자리 올라 고 상무가 상담현장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IMF 직후인 1998년이었다. 그는 부산에 LG텔레콤 고객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를 따라 면접을 보러 갔다 합격했다. 대학 졸업 후 조교, 기간제 교사로 일했던 그는 대부분 20대 초반이이었던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입사 당시에는 26세 최고령 신입사원이었지만 함께 입사한 동기 40명 중 현재 LG유플러스에 남아있는 이는 고 상무뿐이다. “회사에서 나를 내보내지 않는 한 이곳에 뼈를 묻겠다”고 마음먹었던 22년 전의 다짐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는 현재 LG유플러스 홈상담(인터넷 및 IPTV상담) 고객센터의 수장으로 전국 5개 고객센터와 2900여명 상담사를 이끌고 있다. 상담사로 시작해 팀장, VIP팀장, 실장, 센터장, 운영담당을 거쳐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자회사인 씨에스원파트너 대표까지 올랐다. 말 그대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듯하지만 현장에서 보낸 20년의 시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사 한 해 결혼을 한 고 상무는 스무살 아들을 둔 22년차 ‘워킹맘’이다. 여느 일하는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여러번 회사를 그만둘 뻔한 고비를 맞았다. “직장생활과 가정일 둘 다 잘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무게 중심은 회사일로 기울었어요. ‘일은 조금만 소홀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때문이었죠. 급한일이 생길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기며 과연 일을 계속 해야할까 고민이 많았죠. 너무 힘들어 펑펑 울면서 남편에게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했던 적도 있었어요.” 고 상무는 워킹맘으로서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던 건 결국 남편과 주변 동료들의 도움 덕이었다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워킹맘들에게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고 상무는 “엄마에게 회사 그만두면 안되냐고 조르던 첫째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동생에게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면 안되는 이유를 대신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일을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역량있는 워킹맘들이 늘어나는게 보인다.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조직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만큼, 힘든 상황을 혼자 판단하지 말고 주변 동료들, 상사와 상의해 배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은정 LG유플러스 상무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현장경험 바탕으로, 심리상담실·악성고객 단선 등 상담사 보호장치 마련 현장에서 다양한 고객을 만나온 고 상무는 악성 고객들로 인한 상담사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만큼 상담사 보호 장치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예전에는 전화를 받자마자 상담사에게 욕설을 하거나 부모 교육을 들먹이는 고객이 부지기수였다. 휴대전화 작동이 안 된다고 고객센터까지 찾아와서 물건을 부수는 고객도 있었다. 고객 응대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을 위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그의 요청에 따라 회사는 2014년 고객센터 내 심리상담실을 설치했다. 2017년부터는 ‘악성 고객’에게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경고하고 상담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규정도 도입했다. 상담 전화 연결음에는 실제 상담사의 가족이 안내 음성을 녹음한 ‘마음연결음’을 틀고 있다. 또 상담사들의 점심시간을 보장해줄 것을 제안해 2018년부터 고객센터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에는 긴급상담만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전까지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 위장질환을 겪는 상담사가 많았다. 고 상무는 “예전에는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권리가 없었어요. 그에 비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달라졌죠. 앞으로도 현장 직원들의 다양한 고충을 듣고 이를 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AI시대, ‘복합업무’ ‘생각하는 상담’ 중요해져 22년 전 첫 출근날이 기억나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출근 첫날보다, 입사 하자마자 강도높은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은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PCS폰을 비롯해 국내 휴대폰 보급이 활성화되며 고객 상담 서비스 역시 틀을 잡아가던 시기였다. 고 상무는 “당시만해도 상담원이라고 하면 전화번호를 안내해주는 114 상담원을 떠올렸다”며 “입사 후 6주간 강도 높은 교육을 받으며 통신 서비스 상담에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가 요구된다는 알게됐다”고 말했다. 상품과 서비스가 빠르게 고도화된만큼 고객들의 인식과 경험도 진화했다. 전에는 상담사에게 여과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 고객들은 본인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세련돼졌다.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보호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고 상무는 “동시에 고객 수준도 높아졌다”며 “특히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예민도가 높아지며 이와 관련된 상담업무도 굉장히 섬세해지고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상담업무에 도입되며 상담사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주요한 변화다. 고 상무는 “앞으로 단순상담 업무는 AI로 이전되고 상담사가 복합업무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다양해지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맞춰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생각하는 상담’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대비해 상담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재 그의 목표다. 그는 “상담사 1명, 1명을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 상무는 “고객센터 상담업무가 단순히 전화를 받는 업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축구선수 박지성과 같은 멀티 플레이어에 비유를 하고 싶다”며 “상담사를, 고객관점에서 다각도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 솔루션을 제공하는, 도전해볼만 직업으로 사회적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경향신문]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12061704001&code=920101 [연합뉴스] [뉴스1] https://www.news1.kr/articles/?4140909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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